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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현수원장 등록일 2008-11-11 11:34;21
제목   일의 가치 모르는 ‘정신불건강증’
 일의 가치 모르는 ‘정신불건강증’

전현수

예전에 비해 요즘 청소나 집안정리 등의 집안일을 하는데 힘들어하는 가정주부들을 주위에서 많이 접한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젊은 주부들에 있어서 그런 경향이 크다. 과거에 비하면 가족수가 많이 줄고 주거공간도 현대식으로 바뀌고 청소기구도 기계화되어 일양은 많이 줄은 듯싶은데 오히려 일을 더 못하고 힘들어한다.
어떤 주부는 집안일을 하려고만 하면 화가 난다고 한다. 또 어떤 여자는 결혼 후에 집안일을 감당해 내지 못하였는데 그러한 자기에 대해 남편이 이해를 못하고 구박하자 심한 좌절감에 빠져 정신질환이 생겼다. 이 여자의 경우 결혼 전에 학교에서 계속 수석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하여 집에서는 속옷하나 빨지 않고 차려주는 밥만 먹고 공부만 하고 다른 데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가족들은 공부를 잘하는 것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인정하였고 다른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 여자는 일등을 유지하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주부로서 가정일이 힘든 것은 실제로 일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도 있고 때로는 사회적으로 여성들의 가정 일에 대해 전혀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집에서 논다’는 식으로 단정해 버려 여성들 자신이 육아나 가정 일에 대해 전혀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여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개인의 정신적인 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일을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경우, 대체로 ‘정신불건강’인 경우가 많다.
필자가 잘 아는 한 젊은 주부도 청소나 집안정리를 잘 못하여 집안이 어질러져 있을 때가 많은데 일을 미루어 놓았다가 며칠에 한번 한꺼번에 빨래, 청소 등 밀린 집안일을 하려고 하면 짜증스럽고 우울해지며 괜히 화가 치밀어 오르곤 하였다.
막상 한번 일을 시작하면 정성들여 깨끗하게는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매일 똑같이 계속되는 단순노동 같기만 한 집안일에 염증을 내어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만 하나’하고 회의가 들어 아이들 돌보는 것을 포함하여 만사가 다 귀찮고 우울하기만 하였다.
그렇다고 파출부를 부르자니 경제적인 여건도 고려해야 되겠고 남편 눈치도 보이고 본인도 왠지 꺼림칙하였는데 그러한 자신의 처지가 싫고 짜증이 났다.
이 주부는 성품도 괜찮고 머리도 명석하여 꽤 높은 교육을 받았고 별로 큰 문제는 없는 사람인데 집이 부유하여 어렸을 때부터 집에 상주하는 가정부가 있어 결혼하기 전까지 일년에 몇 번 자기 방을 정리하는 것 외에는 자고 나서도 몸만 쏙 빠져 나가는 그런 생활을 하였다.
결혼을 앞두고는 요리학원을 다니는 등 신부수업을 하였고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하였으며 막상 닥치면 다 할 수 있겠지 하고 결혼하였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니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 등이 만만치 않았다. 결혼한 다른 여자들을 보거나 주위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이 정도는 해야지’ 하면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집안일에 금방 싫증이 나고 대상을 알 수 없는 화가 나곤 하였다. 힘들긴 해도 그럭저럭 해냈는데 아이가 생기면서부터는 더욱 일을 감당해 내지 못하였다. 자기만 고생하면서 사는 것 같고 화나고 우울한 날이 많았다.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이 젊은 주부의 일에 대한 감정은 ‘이것은 나의 일이 아닌데…’하는 것이다. 일을 대하면 언제나 무심코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자기가 할일이 아닌 것을 해야 되니 화가 나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청소 같은 것은 항상 어머니나 가정부가 해왔고 자기와는 무관한 일로 여겨왔던 것이 결혼 후에도 계속되었다. 말하자면 과거에 가졌던 일에 대한 감정이,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그대로 계속되는 것이다. 이제는 당연히 자기가 해야 할 일인데도 또한 자기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줄 사람이 없는데도 마음 한 구석에는 누군가 해주었으면 하는 의존심이 있었다.
그런 과거 감정에 빠져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일을 힘들게 하는 경우는 위의 주부처럼 전혀 일을 해보지 않고 남이 해주었던 경우와 이와는 정반대로 일찍부터 너무 일을 많이 하여 고생을 한 경우,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후자의 예로는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신체적 능력이 안 되는데 너무 일찍부터 아이에게 과도하게 일을 시키는 경우다. 이때 아이는 자기에게 강요된 일과 그 일을 시키는 사람에 대해 반발심과 저항감을 가지게 된다.
한창 뛰어놀고 싶을 나이인,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설거지니 빨래니 하는 집안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어떤 여자는 ‘왜 나만 시키나’라는 불만을 항상 가졌고 어른이 된 후 자기가 당연하게 해야 할 일도 항상 자기만 일을 부당하게 한다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프로이드(Sigmund Freud : 1856~1939)는 정신건강을, 사랑하고 일하는데 있어 장애가 없는 상태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주부의 정신건강은 가족과의 관계에서 만족을 얻고 가정 일을 슬기롭게 해나가는데 있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결혼 전에 부모 슬하에서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일을 하게 하여 일에 대한 필요성과 보람을 느끼도록 하여야 한다. 자기의 능력과 처한 상황에 맞게 일을 해야 된다는 마음자세가 몸에 배이도록 해야 된다. 그래야 주부가 되어서도 일을 자기의 처지에 맞게 잘 할 수 있다.
일에 지배당하지 않고 일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즐겁고 빨리 일할 수 있고 그 나머지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주부의 가정 일에 대한 가치가 인정되어 주부가 집안일을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때 훨씬 보람을 느끼고 어렵지 않게 가정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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